김훈 목사의 심리상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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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은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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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김훈 (호주기독교대학 총장 / 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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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은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다. 그런데 그 기억을 모두 신뢰할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한 기억이기에 각자는 그 기억을 신뢰할 때가 많다. 그런데 때로 우리가 정말 경험했다고 믿는 각자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인지 발달을 연구한 장 피아제는 어린 시절에 보모로부터 자주 듣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자신에게 너무나 생생하여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철떡같이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것이 보모가 지은 사실과 무관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믿고 있는 기억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엄마로부터 태어났을 때 너무나 순해서 백 일 까지 방에 눕혀 두고 까다로운 언니를 엎어 주었다던 반복된 엄마의 말을 듣곤 했다. 그런데 엄마의 ‘순하다’는 표현이 나에 대한 칭찬으로 들리지 않고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롭고 슬픈 나’로 연민에 빠지게 하는 부정적인 메시지로만 해석이 되었다. 나는 어린 아기 때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몇 십년 동안 믿고 있었고 6째의 아이를 낳고 난 후 엄마의 말씀이 나에 대한 칭찬이고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리하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 칼 사베이는 엄마에게 들었던 시를 늘 암송하였는데 나중에 실제 그 시가 수록된 시집을 읽다가 깜짝 놀라게 된 것은 그 시가 자기가 암기하던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가끔 필자도 노래 가사를 기억하고 불렀는데 실제 곡의 가사와 멜로디가 상당히 다른 것을 경험할 때가 있었다. 이렇듯 우리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고 왜곡될 경우가 있다.


그러면 왜 우리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을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람은 모든 정보를 뇌로 다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취사 선택해서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두자. 그러다 보니 자신이 취하고자 하는 정보만 더 찾는 경향이 있고 자신이 취하고자 하는 정보가 충분히 수집되면 그 정보가 마치 진리인 것처럼 받아 들이게 된다.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라는 책의 저자는 사람들은 자아상에 일치하는 것을 먼저 기억한다고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 상황에서 내가 자아상이 부정적이면 어린 시절 기억 중 부정적인 자아상을 설명하는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골라내어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늘 안 좋은 일만 일어난다거나 늘 거절을 당했다거나 하는 기억이 그림의 전경처럼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부부관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연애시절 정말 사랑하고 좋아해서 결혼 했던 커플이 결혼을 하고 좋지 않은 경험과 다툼과 미움이 오랫동안 지속이 되어 서로의 사랑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소원해 지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데 그 때는 종종 연애 시절에 좋았던 기억은 눈꼽만큼도 없이 다 사라지고 악몽같이 미워하던 기억만 부부의 마음 속에 남게 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필자는 너무나 어린 시절이 불행하고 힘들었던 사람이 긍정적으로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부정적인 기억이 아니었다. 따뜻했고 즐거웠고 생기가 있었다. 그 어린 시절의 긍정적 기억이 자신의 삶을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낼 수 있게 도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이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고 내 나름대로 상상으로 만들어 지기도 하고 왜곡되어 심히 부정적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기억이 나에게 주는 잘못된 메시지에 속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기억의 많은 부분이 실제로 일어난 일을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생각만 해도 끔직한 부정적인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런 기억도 진실의 일부일 뿐이고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더 나은 관점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오랫동안 믿고 있던 부정적 기억을 따뜻한 기억으로 관점을 바꾸었을 때 필자에게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더 이상 어린 시절의 나는 사랑을 받지 못한 애정 결핍의 모습이 아니었고 사랑스럽게 태어난 귀한 생명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삶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어린 시절의 그늘에서 벗어나도록 잘못된 기억들을 고치며 새로운 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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