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심리상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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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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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김훈 (호주기독교대학 총장 / 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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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 


어린 시절, 교회의 주일학교에 참석했다가 친구랑 둘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문을 열자 안방에 커다란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 밥상에는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조기, 불고기 같은 여러가지 고기 반찬과 각종 나물들이 있었는데 철없던 나는 친구랑 그 밥상을 보자마자 ‘와’ ‘신난다’ 라고 외치며 열심히 모든 음식을 먹고는 치울 줄도 모르고 열심히 소꿉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얼마 후, 바깥에서 돌아온 엄마는 밥상을 보자마자 소리치며 나에게 야단을 치셨는데 그 이유는 곧 방문할 손님을 위해 준비된 음식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자유롭고 눈치와 생각이 없던 내가 가끔 저지르는 사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그것의 결과로 어른들에게 야단을 종종 들은 나는 스스로에 대해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 ‘무엇인가 부족한 아이’ 로 생각하게 되었고 점점 어른이 되면서 사랑을 받기 위해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 ‘순응적인 아이’가 되어버렸고 더 이상 어린아이의 모습이 거의 없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심리검사 중에 ‘에고 그램(ego gram)’이라고 하는 교류 분석 심리 치료에서 창안된 자아상태를 파악하는 검사 도구가 있다. 그 검사 도구의 한 측면은 우리 안에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은 ‘자유로운 아이’의 모습이 ‘순응하는 아이’의 모습모다 조금 더 점수가 높다. 사회에 너무 순응하기 보다는 소신있고 조금은 자유롭게 살아가야 건강하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아이의 점수가 너무 높게 나오면 그 사람은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어서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유아독존’ 적이 성향이 있는 사람인 반면 ‘순응하는 아이’의 점수가 너무 높게 나온 사람은 자아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다.


물론, 필자는 에고 그램을 처음 검사했을 때 ‘순응하는 아이’의 점수가 ‘ 자유로운 아이’의 점수보다 더 높게 나왔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화 과정에서 자유롭고 눈치 없는 신성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존중을 받기 보다는 잘 하지 못한 것과 실수에 대해서 부정적 피드백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서 내가 했던 철없던 행동들을 보며 어른들이 야단을 치기보다는 잘 타일러 주거나 재미 있게 웃어 주거나 또는 기발함에 감탄해 주며 그 상황에 나타난 창의력에 기뻐해 주었다면 나의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마음이 조금 아프다.


‘상처입은 내면 아이 치유’의 저자 존 브레드 쇼는 어린 아이들 모두에게는 신성하고 놀라운 (wonderful) 내면 아이의 모습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경이로움과 낙천주의, 순진함, 의존성, 감정, 쾌활함, 자유로운 활동, 독특성, 사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아이가 자라면서 상처와 학대 및 수치감 등으로 서서히 그 가치로운 것들을 잃어버리고 눈치 보며 순응하며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있는 놀라운 긍정적 가치들은 사라져서는 안되고 더 많이 계발되고 다듬어져야 하는 좋은 성품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아이들의 좋은 특성들을 없애려고 했던 나쁜 존재가 어른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처들을 경험하게 된 아이들은 아쉽게도 상처와 함께 자신에게 있는 귀한 좋은 점들도 잃어버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사라진 경이로운 내면 아이의 모습을 어른이 된 이제라도 찾고 싶어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중년기가 되었을 때 하는 돌발행동들은 어쩌면 깊은 무의식 속에 자신에게 사라진 경이로운 내면아이의 모습을 찾고 싶어서 나타나는 과잉 행동들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 보게 된다.


잃어버렸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는 경이로운 아이의 모습을 지금이라도 끄집어 내어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자유로움을 누리며, 순수함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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