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심리상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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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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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김훈 (호주기독교대학 총장 / 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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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사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민사회는 참 작아서 조금만 이야기를 해보면 서로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은 되는 것 같다. 특히, '기독교인들'이라면 그 폭이 더 좁아져서 조금만 조사해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다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하는 것이 너무나 조심스럽다. 때로는 타인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경우가 있지만 가까이 있는 전문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많이 주저가 되는 것이 그러한 이유다. 상담 전문인으로 오랫동안 일해온 필자는 이런 이유로 인해서 상담이 필요한데 상담을 받지 못하고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 분들 중 한국에서 유명한 교수님이 오면 그 분은 안전하리라 생각하여 개인적으로 불러서 개인상담을 받거나 때로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살고 있지 않은 먼 주에 계신 상담 선생님께 상담을 받거나 또는 한국에 있는 상담자 선생님께 상담을 받는 경우를 보면서 이들에게는 안전과 비밀 보장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상담이라고 하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주저가 되고, 아직도 일부 사람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상담을 받는다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실제로 상담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고 삶을 더 향상시키고 충만한 행복으로 살아가기 위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지금도 필자는 한 번씩 아내가 머리를 잘라주지만 가끔 멋있게 머리를 다듬기 위해서는 한 번씩 헤어 샵에 가서 머리 손질을 꼭 해야 한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들이 다 있어서 그렇게 만도 살아갈 수 있지만, 전문 심리 치료사들이나 상담사들을 통해서 우리의 내면의 삶을 점검 받고 다듬어 나갈 때 삶은 훨씬 더 윤택해질 수 있다. 최근, 필자가 일하는 호주 기독교 대학의 학생 중에 상담 실습을 하면서 어떤 한 분이 간증문을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은 지금까지 아주 큰 문제가 있는 사람만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자신이 상담을 받으면서 '이렇게 많은 도움이 될 지 기대하지 못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자신도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평범한 사람에게도 상담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알기도 하지만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어서 늘 자신이 보던 방식대로 하던 방식대로만 일을 처리하고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가족 치료에서는 항상성 (Homeosis)이라고 하는데 기존의 틀이나 시스템을 잘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하는 특성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방식의 삶을 계속 살아가면서도 그것이 주는 익숙함과 또 그것이 주는 유익 때문에 삶을 바꾸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상담이라고 하는 외부의 도움이 있을 때 변화가 훨씬 용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지속해서 아내를 학대하고 재정적인 면에서 자유를 하나도 주지 않을 때 이미 익숙해진 그 가정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편은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삶에 너무나 익숙해 있고 아내도 희생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 틀을 바꾸는 것은 마음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자유가 없고 희생만 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아내는 결심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내는 그 삶을 바꾸어 나갈 수가 없다. 실질적으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없고 두려움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는 결국 외부의 도움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상담사나 사회 복지사의 도움 또는 기관의 도움을 통해 아내는 잃어버린 삶의 통제력을 되찾고 남편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외부의 공권력의 힘을 빌어서 잘못된 가정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일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삶의 변화를 시도하고 싶으나 혼자서는 그것이 너무나 두렵고 힘들게 느껴질 때 심리 치료사들은 그런 변화를 위한 용기를 내도록 도울 수 있다.


상담의 효과를 경험하고 삶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한 내담자들은 자신이 상담을 받았다고 하는 것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상담을 받았다는 것을 숨기고 살아가는 자존심을 지키는 유익보다 상담을 통해서 변화된 자신의 삶의 유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상담을 권하는 것을 종종 본다. 자신이 상담을 받고 너무 좋아서 동생을 소개하고 언니를 소개하는 사람들, 또는 배우자와 부모님을 소개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그들은 우리 모두와 다른 사람이 전혀 아니며 그저,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의 삶보다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행복하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찾아가기 위해서 상담을 받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 사람들이다.


심리 교육에서 다루는 많은 주제 중에 하나는 사회성 기술 (Social Skills) 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사람들과 관계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인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살아가는데 참 유익한 기술이다. 이 사회성 기술 안에는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법, 나의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법, 타인에게 부탁을 하는 법, 그리고 타인이 부탁을 했을 때 거절하는 법 등이 들어간다. 이 중에서 타인에게 부탁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체면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 중에 타인에게 여간해서는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타인에게 부탁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다. 이런 분들은 가능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타인의 도움이나 지혜를 구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타인에게는 도움을 주고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고 하고 정작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서 머리를 꽁꽁 싸매고 고민을 하면서도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어려움을 나누지 않는다. 필자는 상담소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용기있는 그리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여긴다.  혼자서 자존심만 지키려는 것이 아니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는 것을 인정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읽은 도서에 재미있는 말이 있었다. 여자가 남자들보다 7년의 평균수명이 더 긴 이유가 남자들은 어려움이 생길 때 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을 하는 반면 여자들은 자녀를 키우는데 도움을 얻어야 하기에 친구로 다가가는 반응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관계 중심의 선택을 하기에 더 오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호주 이민사회에 2005년부터 상담 학교에서 한국인 상담사들을 배출하는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오랜 세월이 지나서 많은 경험 있는 상담사들이 적지 않게 생겨났다. 이 상담사들은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또는 개인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민사회에서 한국어로 상담할 수 있는 여러 장소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혼자서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크고 작은 문제에서 도움을 받고 정서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될 수 있기를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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