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목사의 심리상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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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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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서미진 박사 (호주기독교대학교수, 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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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귀 


큰 딸이 남자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팔랑귀'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을 거실에서 듣고 있던 나는 '나와 내 남편도 팔랑귀'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옛날 일이 떠올랐다. 첫 아이를 낳고 시댁에서 함께 살고 있던 시절에 경험이 조금 더 많은 시누이의 조언을 잘 들었었다. 그 당시에 시누이는 아이를 분유로 먹이고 있었고 나는 젖을 먹이고 있었기에 경우가 다른데 경험이 없던 나는 젖은 아무 때나 먹여도 된다고 말하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시누이의 말을 듣고는 시간을 정해서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 했다. 당연히 아이는 배가 고파서 칭얼대었고 나는 그 아이를 달래느라 밤새 잠을 못 자곤 했었다.


팔랑귀의 경험은 쇼핑을 갔을 때 종종 나타나곤 한다. 맘에 드는 옷을 골랐는데 함께 간 친구나 남편이나 친척이 다른 것을 골라서 그것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면 맘에 꼭 들지 않는데도 결국 마지막에 주위의 사람들이 말한 것을 구입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골라서 집에 오고는 고른 것에 대해서 만족하기 보다는 불만족과 후회의 감정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것은 비단 쇼핑뿐 아니라 식당에 가서도 적용이 된다. 내가 생각해서 맛있겠다고 생각한 것을 고르기 보다 남들이 고르고 나면 맛있겠다 생각하고 따라서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것을 먹어볼 걸!'하고 후회한다.


이렇게 타인의 말에 영향을 잘 받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여러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자기 소신, 자기 확신, 자기 결정권에 있어서 약한 사람들이 타인의 영향을 잘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내 자신이 확신이 없다 보니 타인이 확신을 가지거나 주장을 하다 보면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느 십대 아이와 저녁을 먹으려고 가는데 "우리 뭘 먹을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십대 아이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떡볶이 뷔페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엄마가 아이에게 바로 "떡볶이 같은 분식을 저녁에 왜 먹어! 영양도 많이 부족한 데" 그랬을 때 그 십대 아이는 몇 초도 안 되어 금방 마음을 바꾸어서 '그러면 한식을 먹을까?'라고 하면서 말을 바꾸었다. 그래서 결국 저녁을 한식을 먹게 되었는데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아이는 버스에서 혼잣말로 "떡볶이가 진짜 먹고 싶었는 데..." 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끝까지 주장을 하지 못하는 아이도 마음에 걸렸고 아이의 의견과 생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엄마도 마음에 걸렸다. 부모로부터 또는 권위자로부터 존중을 경험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고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타인의 말에 영향을 받는 것에 있어서는 기질도 작용한다. 착하고 순한 아이들이 의견을 잘 존중받지 못할 때 '착한 아이 신드룸' 또는 '아니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려고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Edge Hill University에서 사람들의 기질과 쉽게 설득당하는 것의 연관성을 연구한 실험이 있다. 316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그것의 결과로 두려움을 느끼는 기질의 사람들(fearful)은 권위자들에게 설득을 잘 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다른 말로 하면 소심하고 착한 사람들이 권위자의 말에 잘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악의가 있는 사람들은(malevolent) 자원이나 시간에 제한이 있을 때 설득을 잘 당하고 관계적 성향이 있는 사람(social apt)은 예전에 경험한 것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있을 때 설득을 잘 당한다고 한다.

이렇게 타인의 영향을 받는 것은 기질마다 다양하게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똑같이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한 아이는 너무나 순종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인가 하면 한 아이는 자기 주장이 강하여 자신의 것을 아주 잘 챙기는 아이로 자란다.


다음으로 타인의 영향을 잘 받는 사람은 예민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타인의 조금만 슬픈 얼굴을 보아도 타인의 마음이 바로 느껴지고 아주 작은 얼굴 표정의 변화를 알아차리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거나 판단해 버리는 사람인 경우 예민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옆의 사람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 나도 모르게 그것의 원인이 혹시 내가 아닌가를 생각하고 그 괴로운 표정의 책임을 함께 느끼며 함께 불안해하는 사람과 같은 경우다. 또는 내가 '아니요' 또는 '싫어요' 라고 거절을 했을 때 상대방의 불편해하는 마음이 너무나 크게 다가오고 그런 불편한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웬만하면 '예' 라고 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이 상충될 때 마음이 많이 괴로운 것은 두 마음이 예민하게 느껴져서 함께 싸우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주위의 환경이나 타인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고 싶어하는 두 마음이 갈등한다. 이런 분들은 작은 변화도 예민하게 알아차리니 자신이 결정한 일도 예민하게 금방 다시 생각하게 되고 타인의 의견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니 팔랑귀처럼 결정을 번복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괴롭다 보니 어떤 타인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분들은 일부러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는 경우도 보게 된다. 조언을 구하게 되면 왠지 조언을 준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이다.


팔랑귀를 가진 사람들은 전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는 열려 있는 태도의 장점이 있지만 자기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결정권을 맡겨 버리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덜 지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팔랑귀로 인해 내적인 어려움과 때로는 외적인 그 결과를 경험해야 하기도 함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는, 자기 확신이나 자기 결정권의 향상이 필요하다. 팔랑귀인 사람들은 주위의 권유나 의견으로 결정을 하고는 나중에 후회를 하는 일이 많이 생김으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항상 어떤 일의 최종 결정권은 내가 가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 데 그것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것 중에 하나는 '후회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내가 결정을 내렸어'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더 책임을 지는 삶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삼시 세끼를 먹는 사람이어서 힘들다고 매일 불평하는 아내는 "남편 때문에 내가 삼시 세끼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야 " 라고 말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만약 정말 100% 남편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라면 그 행동을 이제는 멈추어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서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내려 놓아야 한다. 사실은 나의 삶의 통제권이 타인에게 있지 않고 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팔랑귀인 사람은 결정을 할 때 질문을 하면 좋다. 이 선택을 하고 나면 내일이나 다음 주에 내가 후회를 할 것 같은 지 아닌 지를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남의 의견을 존중한 다음 나중에 후회를 할 것 같으면 그 선택은 당장 멈추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자신에게 늘 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내 생각이 중요하고 감정이 중요한 데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면서 정직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주위에 있는 좋은 상담사나 인생의 경험이 많은 어른도 괜찮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어른 중에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은 안 되고 객관화시켜서 상황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럴 때 자기 결정권이 손상되지 않는다.


팔랑귀로 인해 소신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융통성은 있으나 자기 결정권을 확실하게 행사하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그럴 때 자신감 있게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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